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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완

시작하며 정신분석의 시작은 의학이었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로이트로부터, 카를 융과 같은 학자들이 이어온 정신분석계열의 이론들은 지금에서야 Mbti와 같은 형태로 변형되어 대중적인 재미 요소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 시작은 정신이 병든 이를 치료하기 위한 내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이트가 처음 발견했다는 '무의식' 개념은 기본적으로는 병들어버린 정신에서 치료해야 할 부분처럼 묘사된다. 내가 '정신분석 입문' 을 읽었던 당시의 생각을 떠올려보면, 무의식이라는 개념은 우리 의식의 안쪽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행동의 주체이며, 치료의 대상인 것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건 우리의 의식을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사회에 의존적인 동물이고..

철학이 유행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마흔에 읽는- 철학 시리즈나 여러 철학자들의 이름을 달고 있는 책들이 서점 매대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고, 요즘 들어 철학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나날이 커져가는 것 같다. 어째서 현대인들은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철학이 유행하는 이유 첫째로, 행복에 관한 모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픔도, 죽음의 위기도,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제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행복이라는 쾌락에 이르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환경의 발전을 통해 대부분 제거된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부분은, 여전히 본인 인생의 전반을 불행한 삶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둘 사이에서 오는 모순이 더욱 복잡한 체계의 사고를 추구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둘째로, ..
시제와 상 시제와 상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양 쪽 모두 어떤 사태의 시간과 관련된 속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배우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은 문법의 정의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제와 상을 명확히 구분할 경우, 관점에 따라 "국문법에는 미래시제가 없다." 라 주장할 수도 있다. 수업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시제 표지로서의 타당성 관점에서 국문법의 미래시제 표지인 '-을 것'에 대해 사태의 시간적 위치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발화시로부터 아직 완료되지 않은 미완상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본다면, '-을 것'으로 표현되는 '미래 시제'의 주요 영역이 미완상의 영역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시제는 '사태의 시간적 위치..
무엇이 필요한가 - 말할 것도 없이 지속력입니다(180p) 얼마 전 부전공에 관한 글을 쓰다가 예전에 읽었던 독서 내용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이 지속력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서 나는 달리기가 하고 싶어졌고,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사람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도만 기억했었는데, 다시 예전에 읽고 기록한 것들을 되돌아보니 '지속력'이라는 키워드가 자꾸만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지방대 개발 비전공자가 배달의민족 리드 개발자가 되기까지 취준을 하다 보니 보게 된 영상인데, 이 분께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아 매일 꾸준히 정진하셨다고 한다. 방향보다는 꾸준함에 집중해서 매일 개발을 계속했고 새로운 기회가 생길 때에는 한번 해보지..

세상 사람들은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각자의 역할을 맡으며 살아간다. 예전에 읽었던 요시노 겐자부로의 책에서, 우리 인간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맞물린 톱니바퀴의 부품처럼 표현된다. 문명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 하나의 도구로서 세상의 일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 때 집 근처 편의점에서 계산 부품으로 생활한 적이 있다. 우리 편의점은 여러 개의 학원이 있는 건물의 1층에 있어서 저녁 시간이면 먹을거리를 사러 오는 중고등학생들로 북적였다. 비슷한 부류의 편의점들 중에서도 우리 가게는 특히 좁은 면적에 비해 사람이 많이 몰려서 나가는 문의 직전까지 계산줄이 늘어지곤 했다. 온 종일 바코드만 찍는 상황이 그야말로 기계로 대체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름의 자기계발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주전공 컴퓨터공학, 부전공 국어국문학 대학교에서의 4년, 그 중에서도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던 3개의 학기는 새로운 환경과 다른 방식의 열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건물 분위기부터 사람들이 어울리는 방식이나 수업 전반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컴퓨터공학과와 국어국문학과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에서 다른 방식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부전공을 택하게 되었나 국문학과로의 부전공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본 전공인 컴퓨터공학부에서의 수업에서 전공으로서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업의 난이도나 교수님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것과 대학이 제공하는 것 사이에서의 불일치가 정확한 사유였다. 나는 컴퓨터공학 전공생으로서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다채로운 ..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은 불륜관계에 놓인 두 남녀 사이의 열정에 관한 서술에만 집중한다. 그 외의 요소들은 배제되어 있다. 비밀을 고백하듯 쓰여진 긴 일기 묶음같은 글 속에 유부남인 '푸른 눈'의 외국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나'의 집착에 가까운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통의 사람이라면 남에게 절대로 털어놓을 수 없을만한 열정의 치부들을 서스름없이 서술하면서도, 때때로 그것이 작가 본인의 실제 경험과 생각임을 의심하게 하는 진솔함이 드러난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실제로는 아니 에르노 본인임을 감출 수 없음에도 주인공인 '나'또한 이 책의 원고를 작성하는 주체로 서술된다는 점에서 독자는 그 둘의 감정을 동일시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허구 속 인물인 '내..
사람으로 태어나는 한, 어린아이는 어린아이 나름대로 또 어른은 어른대로 여러 가지 슬픈 일과 괴로운 일, 아픈 일을 겪으며 살아간단다. 슬픔과 아픔이 즐거울 수는 없어. 하지만 사람은 슬픔과 아픔을 겪기 때문에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고 생각해. (중략) 우리는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플 때 알 수 있어. 만일 몸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면 병은 발견할 수도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중략)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픈 건 우리가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려 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단다. 그리고 우리는 마음이 아플 때 인간이 본래 어떤 존재였는지 마음에 새기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사람이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살지 못할 때 아파하는 까닭은 사..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위의 결론을 전달하기 위해 '논리철학논고'를 작성했습니다. 그는 현실에 대해 말하는 언어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보았고, 머릿 속으로 실재하는 현실의 그림이 대응되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언어 그 자체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는 표현 형식을 다시 언어로 표현하려는 행위 또한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자료 : https://www.youtube.com/watch?v=wNyv84wu_xM&t=609s)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를 가져왔습니다. "바나나는 색이 노랗다." 라는 문장을 말할 때, 머릿 속으로 그려지는 그림에 집중해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장면이 상상되지 않나요? 이 명제는 읽는 ..